목회칼럼

예수 그리스도, 상처입은 치유자
2018-03-21 17:32:08
담임목사
조회수   295

예수 그리스도, 상처입은 치유자

 

사순절 봄 햇살이 따뜻하여 그 안에 머물면 그렇게도 좋고 행복하다. 창을 넘어 들어온 행복한 햇살 속에서 프리지아가 노랗게 웃는다. 가만히 보면 슬퍼하거나 화를 내는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은 그렇게 행복한 봄의 메시지를 건넨다.

 

정신결핍증을 앓는 이는 오세요 / 몰인정의 아픔을 참는 는 오세요

진실이 사랑 받는 꽃 시장에서는 / 버들강아지의 봄이 한창이랍니다

머리 내두리던 이는 겸허하게 오세요 / 핏대를 세우던 이는 온유하게 오세요

문명이 찌든 속사람을 데리고 / 도시의 숨구명으로 나들이를 오세요

봄 햇살 가득한 웃음꽃을 보세요 / 맴물에도 잘 사는 생명들을 보세요

세상을 모른 채 기쁘게만 사는 / 봄 사상의 털북숭이를 바라보세요

(황송문 시인의 봄의 메시지)

문득 이번 봄에는 꽃 시장에 나가보고 싶다.

 

일전에 한 방송에 보니, 우리나라 철원 등지에서 월동하던 독수리들 수 십 마리가 들판 논두렁에서 죽었다. 그들은 몽골로 돌아가야 했다. 아마도 농약을 먹은 동물들의 사체를 먹고 그들도 죽고 말았을 것이라고 보도한다. 주검이 되어버린 독수리는 몽골로 돌아가서 새끼를 낳아 키우고, 이제는 자신의 피붙이들과 함께 겨우살이를 위해 철원으로 날아야 했다. 정채봉 씨의 [생각하는 동화] 중에는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라는 글귀가 있다. 처를 입은 젊은 독수리들이 벼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날기 시험에서 낙방한 독수리, 짝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독수리, 힘센 독수리로부터 할큄 당한 독수리, 농약을 주어먹고 비실거리는 독수리(?)... 그들은 각자 이 세상에서 자기들만큼 상처가 심한 독수리는 없을 것이라고들 생각했다. 그래서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다는데 금방 의견을 같이 했다. 이 때 망루에서 파수를 보고 있던 독수리들 중에 영웅이 쏜살같이 내려와 이들 앞에 섰다. “왜 자살하고자 하느냐?” 그러자 독수리들이 대답한다. “괴로워서요.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것이 낫겠어요.” 이에 영웅 독수리는 그들에게 말한다. “나는 어떤 줄 아는가? 내가 상처하나 없을 것 같이 보이는가? 이 몸을 보라.” 그가 날개를 펴자 여기저기에 찢겨진 상처들이 나타났다. “이건 날기 시험 때 솔가지에 찢겨 생긴 것이고, 이건 윗 독수리한테 할퀸 자국이지. 그러나 이것들은 겉으로 드러난 상처에 불과하다. 마음에 남겨진 상처 자국은 헤아릴 수가 없다.” 영웅 독수리가 이어서 조용히 말했다. “일어나 날자꾸나. 상처 없는 새들이란 이 세상에 나자마자 죽은 새들 뿐이다.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 그리고 날아올랐다.

 

비록 상처를 입었지만 독수리는 다시 날아올라야 한다. 날지 않고 포기한다면 더 이상 독수리로 살아가기 힘들다. 새는 다시 하늘을 날아야 하고, 물고기는 다시 물속을 헤엄쳐야 하며, 아프고 상처받은 사람도 다시 삶으로 들어가야 한다. 인간은 언제나 아프다. 인간은 누구나 아프다. 모든 사람은 몸과 마음과 영혼에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아버지 하나님은 우리의 아픔과 상처를 지나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상처와 아픔을 싸매시고 회복시켜 주시는 긍휼이 많으신 아버지이시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4:2) 하나님은 병든 몸을 치료하시고, 상한 마음의 상처를 싸매시며, 죄로 물든 영혼을 치유하신다.

 

때가 되어 하나님은 우리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시고 회복시키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다. 치유자로 오신 예수님은 어느 날 회당 가운데 서서 손 마른 자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일어나라. 네 손을 내밀라.” 세상에서 우리는 감추는데 익숙한 삶을 살았다. 자신의 약점, 상처와 아픔, 연약함을 감추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약점이 보여 지면 무시당할까봐, 상처가 보여 지면 더 아프게 될까봐, 연약함이 보여 지면 이용 당할까봐, 그래서 우리는 감추고 살아왔다. 적당하게 감추며 사는 것이 오랜 경험을 통해 축척해 온 세상살이의 요령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는 감추고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모든 것을 내밀고 살아야 한다. 우리의 아픔, 연약함, 상처, 죄악. 주님 앞에 우리를 내밀 때, 아픔은 감사가 되고, 약점은 능력이 되고, 상처는 성숙이 되고, 죄는 은혜가 된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53:5)

 

예수, 그 분은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어 오늘도 우리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시고 회복시키신다.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교회들을 치유하신다. 주님의 십자가를 붙잡고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자. 우리의 아픔을 내밀자. 치유와 회복을 통해 다시 부활의 날개 짓으로 날아오르게 되리라.

 


  평신도신문 (201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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