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2020-04-04 16:47:07
담임목사
조회수   316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메멘토 모리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너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이다. 로마 시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을 따르며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존재의 종말을 상기하는 것이다. 죽음은 생명체가 피해 갈 수 없는 심연의 계곡이다. 죽음의 생각은 언제나 한계와 영원의 사이에서 깊은 고뇌에 잠기게 만든다. 인간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죽음이다. 죽음은 모든 진행의 종결이고 모든 의미의 함몰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인간을 위협한다. 죽음을 무시하거나 피해 갈 수 있는 인생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우리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 19 사태를 온 몸으로 겪어낵 있다. 그 사이 잘 느껴지지 않는 봄이 어느 새 옆에 와 있다. “... 온 들에 냉이가 돋아야 봄이다 / 봄이라도 / 냉이가 물어주는 밥상머리 안부를 듣고서야 / 온전히 봄이다 / 냉이꽃, 환한 꽃말이 밥상머리에 돋았다”(김승해 시인의 냉이의 꽃말 뒷부분) 봄은 단지 시간이 흘러서 오는 것이 아니다. 냉이가 올라오는 봄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다. 창조주 하나님이 선물로 가져 오시는 것이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냉이는 볼품은 없지만 강인하다. 그윽한 향기가 가득 스며있다. 이 계절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냉이와 같다. 흠모할 만한 고운 모양은 없지만 강인한 힘이 있다. 죽음의 십자가를 이기는 부활 생명의 힘인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아인슈타인). 예수 그리스도 죽음의 무덤에서 일어나셨다. 그러나 예수 부활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죽은 자가 살아났다는 것은 꾸며낸 거짓말을 퍼뜨렸다고 말하는 사람.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허망한 마음에 불러드린 환상이라고 말하는 사람. 예수는 진짜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기절했었다고 말하는 사람. 죽었는데 시신을 무덤에서 치워버리고, 비슷한 사람이 대리로 행세했다는 말하는 사람. 예수 십자가와 부활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능력의 방식이다. 예수 십자가와 부활은 우리를 위로하고 억압에서 자유케 하고 삶의 생기를 부어주는 하나님의 생명력이다. 십자가는 우리를 용서와 구원으로 이끌고, 부활은 구원받은 자를 생명과 능력으로 이끌어주신다.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만나는 사람은 종교생활에서 신앙생활로 이동하게 된다. 주님으로부터 시작된 부활은 결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님의 부활은 죽음의 권세 아래 눌려 사는 우리의 부활로 이어지는 것이다. 주님의 십자가로 죽고 주님의 부활로 사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부활의 아침에 하늘의 나팔 소리가 들려온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아모르 파티(Amor fati)!


* 한국장로신문 부활 논단 (2020.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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